디지털 사회에서 데이터는 사회를 읽는 창구이자 하나의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복잡한 사회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중요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지요. 빠띠는 오래 전부터 ‘데이터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으로, ‘공익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어요.
공익데이터는 말 그대로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데이터’를 말합니다. 기업이나 기관뿐만 아니라 시민 혹은 공익단체가 모은 데이터도 공익데이터가 될 수 있어요. 이는 사회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삶의 생생함을 담고 있는 데다가 선명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데이터를 더 많은 시민에게 공유한다면,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할 기회가 늘어납니다.
공익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여 사회문제를 발견하거나 해결하는 활동을 ‘공익데이터활동’이라고 부릅니다. 빠띠는 공익데이터의 생산, 공유, 활용, 관리가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공익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데이터트러스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시작한 ‘이달의 데이터톤’(이하 데이터톤) 또한 이 일환으로 열리게 되었어요. 데이터톤은 ‘데이터’와 ‘해커톤’의 합성어로, ‘일정 시간 동안 특정 주제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한 후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이벤트’입니다.
첫 주제는 ‘기후위기’입니다. 올 여름, 유난히 길었지요. SNS에서 “대한민국의 사계절은 이제 ‘봄-여어어어어어어어어어름-갈-겨어어어어어울”이라는 표현이 유행어처럼 번지기도 했지요. 단순히 길었던 것만은 아니에요. 평균 기온, 열대야 기간, 강수량, 해수면 온도 등 많은 부분에서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습니다. ‘가장 뜨거웠던 여름’으로 기억될 올 여름, 하지만 동시에 ‘올해가 남은 인생 중 가장 시원할 여름’일 것이라는 역설적인 이야기도 들립니다.
하지만 막상 ‘그래서 기후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데?”라는 질문을 들으면, 시민 개인이 답할 수 있는 건 한정적입니다. 에어컨 사용을 줄이고 자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얼만큼 도움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개인의 힘으로 이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비단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는 복잡하고 규모도 큽니다. 때문에 단일 분야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요.
데이터톤에서도 협력이 중요합니다.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데이터에 대해 잘 몰라도, 특별한 기술이 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제안자의 진행에 따라 나의 생생한 경험과 관점을 나누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작업에 함께하면 됩니다. 데이터와 기술 관련 활동 경험이 있다면 결과물을 만들거나 멘토로도 참여할 수 있고요. 각자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협력해나가면 됩니다. 이번 데이터톤에는 4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는데요. 참여 동기는 각각 달랐지만, ‘데이터로 기후위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 같았습니다.
“일상의 작은 시점에서,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임팩트를 데이터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기후위기를 데이터를 통해 정량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액션을 고민해보는 것에 대한 관심과 기대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평소에도 환경이 관심이 많았지만, 9월이 되어도 식지않는 열대야 날씨에 심각성을 더욱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실질적으로 내가 이런 상황 속 무얼 할 수 있는지 지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원하게 됐습니다.” - 참여동기 중 발췌 -
데이터톤은 총 4개의 주제별 세션으로 진행되었는데요. 각 세션에는 공익단체들이 세션 호스트로 함께했습니다. 공익단체는 그간의 활동으로 쌓아온 데이터를 공유한 후 시민과 머리를 맞대고 ‘데이터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어요. (👉 공익단체 데이터와 함께하는 사회문제 해결 협력의 장 ‘활동가의 서랍’ 자세히 보기)
짧은 시간이었지만 압축적이고 농도 깊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데이터톤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기후위기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이런 움직임들이 하나의 실마리가 되고, 그 실마리들이 모이다보면 언젠가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빠띠는 앞으로도 사회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고 찾는 데에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만 높게 평가합니다. 사회문제 관련한 데이터의 생산과 관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지속가능 관점에서 바라보면, 데이터의 사회적 가치를 결코 등한시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톤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다음달에는 어떤 주제로 데이터톤이 열릴까요? 꾸준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또한 시민 여러분의 생생한 삶의 목소리를 언제라도 편히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 또한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하나의 데이터가 될 수 있으니까요.
글 : 소이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협력가)사진 : 박서빈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협력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