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비건 제품이 나오는 시대가 되었어요. 식품류에서 더 나아가 지금은 화장품군에서 더 흔히 볼 수 있는 단어가 되었죠. 동물권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의 맥락에서도 비건은 중요한 이슈에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가축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인공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4.5%를 차지해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은 수치거든요. 더불어 크게 늘어난 육식 소비량은 공장식 축산업을 부추겨 온실가스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동물권을 위협하는 요소이기도 해요.
그린이지가 살펴본 생활용품에서는 많은 비건 제품들이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점들을 강조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FSC인증을 받은 종이 포장재를 사용한 박스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그러나 겉의 종이 포장을 벗기면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거나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를 사용한 제품들이 많았어요. 사은품이나 샘플이 포함된 제품의 경우,사은품이나 샘플이 일회용이고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 소재에 담겨있어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죠. 최근에는 화장품의 경우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거나 리필해주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브랜드도 있는데요. 사실상 지금 바로 생각나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증절차가 까다로워서 많은 지점으로 확대하기가 어려운 현실이에요. 이러한 점들 때문에 일반 매장에서는 리필 제도를 운영하기 어렵고, 리필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은 많이 없어서 결국 플라스틱에 담긴 새 제품을 사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새로운 플라스틱 생산을 멈추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비건 인증을 받았다고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할 수 있는 걸까요? 비건 제품이 친환경성까지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식물성 원료를 사용함과 동시에 제품의 전 생애주기에서 환경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해요. 제품을 기르는 과정부터 연구를 통해 가공되어 운송 및 포장, 판매 그리고 그 이후 처리되는 과정까지 말이에요.
현재 용기 수거를 진행하고 있는 많은 업체들 역시 국내에서 수거한 용기들을 외국의 개발도상국으로 보내어 값싼 노동력을 사용해 세척 및 분쇄 등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재활용 자원으로 만들어지는데요. 수출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생각해본다면 국내에서 관련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빠른 상용화를 위해 우리도 계속해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내어야 해요.
또한 다양한 비건 인증들이 있고 일부 비건 인증은 세계적으로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서 얻을 수 있어 비건 인증 마크를 보면 안심하고 구매하곤 하는데요.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비건 인증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잘 살펴봐야 해요. 비건 인증마크 중에는 기업에서 자체 제작한 마크도 있고 실사를 하지 않고 단순히 서류상으로만 인증 여부를 검증하는 등 인증 조건이 부실한 것도 있거든요. 실제로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비건 마크 5개 중 3개는 서류 심사만 통과하면 마크를 얻을 수 있어요. 해외에서 공인된 인증마크의 기준은 국내와는 지리적, 환경적 조건이 다르고 제작 및 유통되는 과정에 대한 조건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무엇보다 국내 현행법에서는 비건 화장품 여부를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이 부족해서 국내에서도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은 상태이죠.
서류 중심의 비건 인증 과정에 대한 의문과 우려와 더불어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국내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도 유의해서 봐야 해요. 표지 등 마케팅 문구에서 '비건'을 사용한 제품 중 '환경'을 동시에 사용한 제품은 생활용품군 전체 136개 중 33%를 차지했어요. 반면 '환경'으로 마케팅하는 제품 중에는 '비건'에 해당하는 제품이 8%에 불과했어요. 비건 제품들의 경우 특히 친환경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친환경” 제품으로 홍보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예요. 그 외 친환경적이지 않은 요소들을 가리기 위한 홍보일지도 모르거든요. 예를 들어 팜유를 들어 볼게요. 야자열매에서 채취하는 식물성 기름인 팜유는 비건에 속할 수 있지만, 야자나무를 심기 위해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야생동물이 서식지를 잃어 친환경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팜유프리를 선언하는 기업도 많아요. 이처럼 비건과 친환경은 닮은 점이 많을 수 있으나 비건이 곧 친환경은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해요.
이 제품과 브랜드가 크게 앞세워 보여주고자 하는 “친환경”만 보지 말고 그 뒤에 요소들도 친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해요. 비건 제품은 동물권과 환경을 위해 좋은 의도로 시작하여 크게 확산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러나 한 측면에서 좋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다른 측면에서는 부족할 수 있어요. 홍보나 마케팅을 할 때 이 지점들을 고려해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하죠. 비건 제품이 친환경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품 단위에서는 용기와 포장재, 리필과 재사용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하고 기업 단위에서는 제품의 생애주기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만약 잘 하고 있는 곳이 있다면 주위에 널리 알려 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어 좋은 브랜드들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또한 비건이면서 친환경까지 진심인 제품을 쉽게 구분하고 싶은 우리의 수요가 정책부터 반영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 주면 더욱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