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F] 프로젝트 과정 - 재난 위기 속, 이웃의 끼니를 지키는 방법을 찾아서

데이터트러스트
발행일 2020.11.25. 조회수 66

재난 상황에서 결식 이웃의 식량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WAF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7주 차가 지나고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과 정리를 마무리하는 단계입니다. 목적에 맞는 다양한 유형과 내용의 데이터를 하나하나 다운로드 받아서 정리하고, 분석을 위해 가공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품이 듭니다. 그렇게 모인 데이터를 보며 처음에 구상한 그림에 맞는 조각들이 모였는지, 어떤 다른 조각들이 추가되었는지, 목표했던 방향대로 진행 중인지 중간중간 점검도 하고 있습니다. 그럼 WAF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연구 질문들 그리고 고민 지점을 살펴보며 WAF가 그리는 그림을 함께 구상해보시겠어요?

텅빈 식료품점과 급식을 받기 위해 줄지어선 행렬,
WAF(We are full when we are full)의 시작

올해 3월 패닉 바잉(panic buying)으로 텅 비어버린 런던의 한 식료품 가판대(John Cameron on Unsplash)

올해 초 코로나 19의 갑작스러운 확산은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모임과 외출 자제는 물론 공공집객장소는 입장 가능 인원을 조정하거나 폐쇄되었습니다. 경기악화로 실업과 휴직도 이어졌지요. 눈 깜짝할 사이 닥쳐온 재난은 특히 우리 사회의 더욱 취약한 곳을 파고 들고 균형을 깨고 있습니다. 무료 급식소와 복지시설의 운영 중단은 어르신들의 ‘돌봄 공백’을 낳았습니다. 노숙인들을 위한 민간 급식소도 운영을 중단하며 공공 무료 급식소 이용자 수가 폭증하기도 했어요. 아동 청소년들 또한 복지시설의 운영 중단과 급식 카드 가맹점의 부족으로 편의점 도시락이나 라면에 의존하며 심각한 영양 불균형에 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에서 상황이 안 좋아질 때마다 누군가의 식사와 돌봄이 흐트러지고 위협받는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에게 그저 밥 한 끼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코로나보다 무서운 배고픔을 달래주는 무료 급식 서비스를 받기 위한 행렬을 보며, 다음 질문들과 함께 WAF가 시작되었습니다.

  • 긴급 재난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결식 이웃은 누구인가?
  • 긴급 재난 상황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결직 지원 장소 또는 방식은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은 몇 단계의 과정을 거쳐 프로젝트의 주제와 범위를 명확하게 만듭니다. 가령 WAF는 가장 먼저 저소득 어르신을 연구 중심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한 정보 접근, 감염병 취약으로 이동 제한 등 코로나 장기화 상황에서 취약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가장 지속 가능한 결식 지원 장소 또는 방식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 내 무료급식소 위치와 예산, 대상 인원을 파악했지요.

저소득 어르신의 식량안전을 위한 WAF의 질문

연구 초반에 아래와 같이 좀 더 자유로운 연구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 급식소 이용자들은 무료 급식소를 어떻게 알고 찾아가는 걸까?
  • 만약 코로나로 인해 휴업 권고를 받으면 폐쇄까지 유예기간이 있나?
  • A 동네에 사는 어르신이 B 동네에서도 공공 무료 급식을 받으실 수 있나?
  • 무료 급식소의 실내 혼잡도를 측정할 수 있을까?
  • K-Food Security Index 같은 것이 있나?

인터넷에서 무료 급식소를 검색하면 각 지역에서 운영하는 급식소 정보가 나옵니다. 하지만 어디가 운영을 중단했고, 어디가 대체식을 지급하는지 등에 관한 실시간 정보는 찾기가 힘듭니다. 자치구 복지부서에서 지원대상에 즉시 정보를 전달하고 있겠지만, 사각지대는 늘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인천에서 종로까지 끼니를 찾아 이동하는 어르신들에 대한 뉴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된 급식 정보를 전달할 방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급식 시설의 운영이 갑자기 중단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체식이 지원되지 않거나 다른 급식소를 찾기 어렵다면 당장 식사를 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다음 물음표로 이어집니다. 민간 급식소는 누구에게나 음식을 제공하지만, 내 주민등록 거주지가 아닌 다른 동네의 공공 급식소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을까요? 이들 질문은 WAF 프로젝트의 중심 주제와 가장 밀접하진 않더라도, 관련 정책과 정보를 궁금해하는 시민들에게 유의미한 연결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 WAF에서 주요하게 탐구하는 질문은,

  1. 저소득 어르신의 식량 안전과 관련된 지표는 무엇인가?
  2. 1의 코로나 발생 직전 조건은 어떤 하였고 코로나 이후 어떻게 변화하였나? 이러한 변화에 지리적 패턴이 있는가?
  3. 이러한 영향을 가장 효과적으로 평가하고 시각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입니다.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며 문제를 풀 기초가 될 데이터를 찾았습니다.

(2019년과 2020년의 자치구별)

  • 저소득 노인 인구
  • 무료급식사업 예산
  • 무료급식소 장소/수
  • 무료 급식 대상 인구
  • 코로나로 인한 시설 운영 중단 기간
  • 운영 중단 기간 중 제공된 대체식의 영양학적 영향

공공데이터 또는 공개되지 않은 정보는 정보공개요청을 통해 확보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요청에 따른 답과 함께 상세한 설명을 덧붙는 곳도 있고, 제대로 된 정보가 없거나 해당 없음으로만 돌아오는 곳들도 있어요. 알고 싶은 정보지만 아쉽게도 구축이 안 되어 있어 알기 어려운 정보도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데이터의 생산과 구축, 관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들을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데이터 셋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모은 데이터로 만든 인포그래픽을 잠깐 살펴볼까요?

#1 서울시 내 저소득 어르신 대상 무료급식시설

“2019~2020년의 <저소득 어르신 급식지원 사업 현황>을 서울시 지도에 표시했습니다. PDF로 제공된 문서를 엑셀로 변환하고, bizGIS의 GeocodingTool을 이용해 주소를 좌표로 변환했어요.”
서울시 내 어르신 대상 무료급식시설
👀 “<전국무료급식소표준데이터>는 일부 자치구의 데이터가 누락되어있었어요. 예산 데이터는 시설 수와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었고요. 이 데이터에서는 시설의 수와 위치, 무료 급식 서비스 내용(무료급식, 반찬배달, 도시락 배달)으로 세분화 된 전체 수혜 인구를 알 수 있어요.”

#2 무료급식시설별 예산

무료급식시설별 예산
👀 “코로나 19 전후 지역간 변화가 있어요. 2019년에는 강남구가 시설당 약 2억 3천 5백만원으로 가장 높았던 것에 비해 2020년은 노원구가 약 2억 2천만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2020년 서울시 전체 평균 약 1억 3천만원)”

이 외에도 급식시설 이용자별 예산과 서울시 내 어르신 인구와 저소득 어르신 인구 등을 시각화해보았습니다.

“데이터셋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아직 시각화를 진행하기엔 이르지만, 간단한 시각화를 통해 지금까지 모은 데이터의 전반적인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 간 격차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공-공 데이터의 바다에서 공-익 프로젝트의 핵심을 길어 올리기

WAF 프로젝트는 이 데이터를 통해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중이에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의 목표는 “재난 속에서도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무료 급식 서비스 장소와 방식 파악” 이었어요. 초기 목표에 맞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재난 이전과 이후의 데이터를 열심히 비교하며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사실 데이터 묶음에서 바로 답이 나오지는 않아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내가 설정한 가설이 타당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모으고 풀어봐야 처음 가진 질문의 답을 찾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야 할 데이터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게 더 효과적일지 등의 답에도 가 닿을 수 있겠지요. 지금 만들고 있는 데이터가 궁극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지 자문단분들과도 함께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또 중요한 하나는 K-Food Security Index입니다. 지표는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평가하거나 관련 현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어요. WAF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저소득 어르신 식량 안정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요. 이와 같은 지표는 기존의 통계를 활용하거나, 필요할 경우 새로 개발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코로나 19에 의해 갑작스레 중단되거나 변화한 무료급식 서비스를 생각하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사한 지표를 검토하고 지표의 목표와 지향점, 유용성 등에 대해 더욱 면밀한 설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상 지난 7주간 진행된 WAF 프로젝트의 여정을 ‘조금’ 살펴봤습니다. 앞에서 두 종류의 데이터를 보여드렸지만, 모인 데이터 수가 무척 많답니다. 그만큼 여기서 풀지 못한 세세한 작업과 고민, 자문단과 함께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도 있었지요. 앞으로 남은 작업들을 진행하는 동안 지금의 고민을 잘 숙성시켜 풀어내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 다음에 조금 더 깊어진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길 바라며, WAF 프로젝트의 남은 길에 더 큰 응원과 기대를 보냅니다!


[참고 자료]

강재구, 거리둘 수 없는 밥...인천에서 종로까지 ‘끼니’찾는 노인들, 2020.09.08. 한겨레신문
배주현, 동네에 급식카드 쓸 곳 없어요...라면으로 때우는 아이들, 2020.10.18. 매일신문
이제항, 취약계층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위한 ‘취약계층 감염병 보호법’ 발의, 2020.10.13. 스트레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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